안씨 막걸리는 이태원과 남산 자락을 잇는 경리단길 초입에 자리합니다. 오래된 주택과 개성 있는 상점,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이 뒤섞인 경리단길은 서울의 대표적인 골목 상권이자, ‘-리단길’이라는 이름을 확산시킨 원형과도 같은 장소입니다. 특히 이태원과 가까운 입지 덕분에 내국인과 외국인의 방문이 끊임없이 교차해 왔습니다. 이러한 도시적 혼재 속에서 안씨 막걸리는 전통의 외형을 그대로 옮겨놓기보다, 한국의 술과 음식이 지닌 깊이를 오늘의 공간 언어로 풀어낸 장소가 되고자 했습니다.
공간의 시작은 번화한 거리의 분위기를 한 차례 가라앉히는 진입부에서 출발합니다. 입구를 따라 이어지는 황토벽은 거리와 실내 사이에 완만한 경계를 만들며, 방문객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늦추는 전이 공간이 됩니다. 매끈하게 완결된 표면보다는 재료의 흔적과 질감이 드러나는 벽을 통해, 흙이 품어온 시간과 한국 건축의 원초적인 물성을 환기했습니다. 이는 전통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장식이라기보다 바깥의 소음에서 벗어나 음식과 술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감각을 전환하는 하나의 문턱입니다.
내부는 낮은 조도와 어두운 색조를 바탕으로 절제된 공간감을 형성합니다. 벽과 천장, 가구의 배경성을 높여 음식과 술, 그리고 그 앞에 마주 앉은 사람이 공간의 중심이 되도록 했습니다. 빛은 실내 전체를 균일하게 밝히기보다 테이블과 좌석을 선택적으로 비추며, 각각의 자리에 작고 밀도 높은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실내 깊숙한 곳에서 마주하는 작은 마당은 닫힌 공간에 숨을 틔우는 시각적 여백입니다. 단풍나무와 기와 담장을 여러 겹의 레이어로 중첩해 실제 면적보다 깊고 넓게 느껴지는 풍경을 만들었으며, 실내의 어두운 분위기와 대비되는 빛과 계절의 변화를 끌어들였습니다. 전통 한옥에서 마당이 집의 중심이자 안과 밖을 이어주는 생활의 공간이었다면, 이곳의 마당은 머무는 사람의 시선을 잠시 먼 곳으로 이끄는 ‘차경’의 장치에 가깝습니다. 직접 들어서지 않아도 창과 개구부를 통해 나무와 담장, 하늘이 한 폭의 장면처럼 포착되며,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과 단풍의 색이 실내의 일부가 됩니다.
경리단길이 오랫동안 세계 여러 지역의 음식과 문화가 교차해 온 장소라는 점에서, 안씨 막걸리가 보여주는 한국성은 더욱 분명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 공간은 한옥의 형태나 전통 문양을 직접 재현하지 않으면서도 흙의 물성, 마당의 비움, 겹쳐지는 시선과 절제된 빛을 통해 한국 건축이 지녀온 정서를 새롭게 이어갑니다. 전통은 이곳에서 과거의 모습을 보존하는 대상이 아니라, 동시대의 음식과 예술, 사람의 경험 속에서 다시 사용되고 감각되는 것이 됩니다. 안씨 막걸리는 서울의 다층적인 도시 풍경 한가운데서 한국의 술과 음식이 얼마나 깊고 현대적인 문화가 될 수 있는지를, 공간으로 말합니다.
Located at the entrance of Gyeongnidan-gil in Itaewon, “Anssi Makgeolli” is a Michelin Bib Gourmand restaurant conceived as a restrained stage for contemporary Korean cuisine and traditional liquor. The interior is intentionally subdued and dim, allowing food to occupy the visual foreground, while lighting fixtures and furniture—developed in collaboration with artists—act as iconic spatial accents. A small courtyard reinterprets the traditional Korean madang in a contemporary language; the layered view of a maple tree and tiled boundary wall extends the perceived depth beyond the site. The earthen-toned entrance wall metaphorically evokes the accumulation of time, reinforcing the restaurant’s cultural identity through material expression.









